문화 / Culture

연말정산, 연말결산, 연말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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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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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한 해를 갈무리하는 달. 1년 정리를 넘어 10년 정리, 20년 정리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0년을 맞이하면 좋으련만. 오늘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부터 최고로 어려웠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힘든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까. 1년은? 10년은? 이렇게 작년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올해 하고, 올해 했어야 할 일을 내년에 계속하는 게 인생일까. 나는 아직 올해의 접시를 끝내지 못했는데 다들 일어나는 분위기여서 급하게 올해 일을 입 안에 욱여넣는다.


올해 1월, 칼럼 지면을 빌어 한 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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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기 전 물티슈로 어디든 먼지를 닦고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플랭크를 시도한다.


?피아노를 친다. 연습한 날은 연습 내용을 기록한다. 연말에 기록을 토대로 '이것 봐!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일을 했어!' 하고 소수의 지인에게 자랑한다.


- 「즐거운 계획 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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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했을 수가. 집은 여전히 먼지구덩이고 몸무게는 착실히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오늘 피아노 레슨이 있는데 2주 동안 한 번도 피아노 뚜껑을 열지 못해서 레슨을 미룰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팔굽혀펴기를 못 한다는 걸 깨달은 해이기도 했다. 신체적 능력이 감소했다고 느낄 때 특히 우울하다. 과거만이 빛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 연말정산을 하려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또 깨닫고 쓸쓸해졌다.


트렌드 도서처럼 점점 결산도 앞당겨져서, 11월 말쯤 되면 슬슬 한 해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엉덩이를 들썩인다. 일기를 쓰면 정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비슷한 말을 써놓다 보니, 자신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예언도 가능하다. 2020년 12월.... 나는 술을 마시고 살이 찐다... 달리면 점점 더 숨이 찬다... 번잡한 마음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함부로 치우고 2021년 1월에는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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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매년 1월 1일에 유서를 썼다. 미웠던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쓰다가도, 혹시나 내가 죽으면 당사자에게 평생 박힐 거라는 생각에 정작 하고 싶었던 나쁜 말은 쓰지 못하고 고운 말 바른 말 착한 말만 썼다. 내년을 생각하면 올해 마음속 앙금은 별 것 아닌 일이었다. 연말결산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매년 올해의 책과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OO을 뽑으면서 다가올 해를 더욱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비슷한 해 안에서도 굳이 달라지는 걸 찾자면, 올해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용법을 익혔다. 에어프라이어로 만들 수 있는 요리 가짓수가 늘어났다. 군고구마와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홈런볼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면 맛있다고 하길래 올해가 가기 전에 곧 시도할 예정이다. 돈을 조금 더 모았다. 서먹했던 사람과 시간의 힘을 빌어 서먹하게 화해했다. 낯이 익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연말에도 생산은 계속된다. (에어프라이어로 홈런볼 굽기는 분명한 성취이자 생산이다) 연말결산이 어려운 이유는 생산하느라 바빠서 그렇다. 깔끔하게 계산이 맞아 떨어지는 걸 보고 싶지만 어딘가 미진한 채로 다음 해로 넘어간다면, 나는 연말까지 꾸준히 생산해 온 사람이라고 스스로 칭찬해 주자. 안 되면? 1월에 하면 되지 뭐. 한국은 구정과 신정이라는 미풍양속이 있지 않은가. 판타지 소설처럼 새해를 회귀해 다시 도전하면 된다. 구정도 넘어가면? 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되겠지. 일단 12월부터 해결하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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