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 저비용항공사(LCC)라는 산을 다 넘지도 못한 상황에서 쌍용차라는 또 다른 산이 등장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6일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지금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투자금액을 높이지 않으면 산은이 쌍용차 지원을 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가 마힌드라그룹에 대해 사전적으로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면담 때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며 "본인들이 경영계획을 짜겠다 했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2300억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쌍용차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쌍용차는 당장 오는 7월까지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쌍용차가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약 1900억원으로 이 중 900억원이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쌍용차 노사는 산은의 지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한국GM 사태'를 참고해 산은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이 마힌드라의 역할을 대신하고 나서는 것은 부담이 크다. 산은은 한국 GM의 2대 주주지만, 쌍용차는 채권은행에 불과하다는 차이가 있다.

또 지난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과의 면담 당시 쌍용차가 제출하기로 했던 경영정상화 방안이 없는 상태여서 당장 자금을 투입하기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쌍용차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쌍용차는 부분 자본 잠식에 놓여 산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회생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6일 언론과 민간 자문위원 등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쌍용차의 채권단이 나서달라고 요청하며 산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산은 입장에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 회장도 "만기가 아직 안돌아왔는데 벌써 연장 논의를 하겠느냐"며 "7월에 돌아오는 만기에 대해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간접적으로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산은은 쌍용차 건 이외에도 아직 진행 중인 기업 정상화 건들을 다수 떠안고 있다. 특히 산은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지원금 절반을 책임지는 수은과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이뿐만 아니라 LCC업계에도 한창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산은은 정부 방침(3000억원 지원)에 따라 지난 3월말까지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 5곳에 무담보로 1260억원을 공급했고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매각 딜 진행상황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이 회장으로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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