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즐기는 송년 행사
붉은 카페트가 깔린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 계단?ⓒ염승화
서울시의 새 명소들인 ‘잘생겼다 서울’ 중 하나로 요즘?연일 핫한 곳을 다녀왔다. 다름 아닌 종로구 송월길(신문로2가)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다. 이곳은 이름만으로도 그 이미지가 절로 풍긴다. 옛 돈의문 안 새문(新門)안 마을을 통째로 박물관처럼 꾸민 곳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9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이 마을의 한옥들을 비롯해 일본제국주의 시절 이래 1980년대까지 마을에 터를 잡아온 크고 작은 건축물 30여 동을 리모델링해?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옛 돈의문 자리 야트막한 언덕 위에 9,770㎡(약 2,955평) 규모로 아담하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마을전시’, ‘체험교육관’, ‘6080감성공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마을전시는 돈의문체험관과 시민갤러리 등 10개 공간, 체험교육관에는 꽃 공방, 자수 공방 등 9개 공간이 있다. 그리고 6080감성공간은 사진관, 만화방 등 4개 공간이 있다. 돈의문상회와 휴게소 등 그 밖의 문화콘텐츠 공간들을 합하면 모두 3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들이 담겨 있다.
이곳을 찾은 날은?지난 12월 22일로?마침 24절기 중 하나인 동짓날이었다. 마을에서는 동지와 크리스마스 및 연말을 맞아 송년 행사, ‘돈의문 연말 대잔치’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그날 이 행사를 비롯해 마을에서 마주한 여러 콘텐츠들 가운데 인상 깊다고 여긴 것들을 모아본다.
마을 마당에 놓인 대형 성탄 트리?ⓒ염승화
마을은 입구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붉은 카페트가?깔리고 각종 성탄 장식으로 단장이 된 계단을 밟아 올라가니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양 공연히 기분이 설렌다. 우선 마을 안내소가 있는 마을마당으로 간다.
‘도늬문 크리스머스’.?안내소 건물 전면에는 옛 한글로 큼지막한 문구가 박혀 있는 대형 성탄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더불어 마을마당 공중으로는 노랗고 하얀 불빛들이 마당을 훤히 비추며 연말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 것 같다. 곧 제법 널찍한 공간 중앙에 놓인 화려한 성탄 트리로 시선이 옮겨간다. 활짝 웃는 산타할아버지와 눈사람과 사슴들이 같이 서 있는 트리를 한바퀴 돌아본다. 마당 한편에는 장작이 활활 타고 있는 난로가 놓여 있다. 그 주위를 삼삼오오 빙 둘러 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정겹게 보인다.
동지 부적 찍기 스탬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염승화
스탬프 투어 안내물 등 돈의문박물관 홍보물?ⓒ염승화
마을마당은 돈의문박물관마을 소통창구 공간이다?ⓒ염승화
마을안내소와 마을마당에서는 체험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스탬프 투어 행사가 그 중 하나다. 명인 갤러리와 서울미래유산관 등을 비롯해 8군데의 방문 확인 스탬프를 찍어오면 세시풍속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동짓날 절식인 팥죽을 먹고 새해 평안을 기원하거나 뱀 ‘사(蛇)’자를 부엌에 거꾸로 부착하면 귀신을 쫒고 액운을 막아주는 뜻이 담긴 동지 부적 찍기 등을 한다. 노란 용지에 붉은 스탬프 잉크를 묻혀 ‘사’를 꾹 눌러 찍은 부적‘을 보며 마음 속으로 횡액에 걸리지 않기를 잠시 빌어본다.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 등 민속놀이의 단골 메뉴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가족 단위의 어린이와 어른이 한데 어울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밝아 보인다.
성탄절에는 크리스마스 소품 만들어 장식하기와 어린이 뮤지컬 공연 등이 열리고, 송년의 날(12.28~29) 행사 때는 신년 토정비결 보기와 새해 각오나 가훈을 캘리그라프로 쓰기 등이 개최된다고 한다. 또한 새해부터는 겨울방학 프로그램인 ‘우리 마을, 역사랑 놀자! 가족 역사 체험 데이’ 행사(2020.1.2.~2.29)를 마련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 참여 가족을 공개 모집 중이다.
마을 조성 공사 중 땅 밑에서 발견된?경희궁 궁장유구?ⓒ염승화
마을마당과 그 뒤편에 있는 한지와 닥종이 공방 등 체험교육관을 탐방한 뒤에는 상설전시관인 ‘돈의문전시관’으로 간다. 이곳은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말경까지 새문안 마을에 있던 옛 식당(한정식 한정, 이태리 음식점 아지오(Agio) 등)들을 전시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언뜻 평범해 보이는 건축물들이지만 그 안에는 옛 모습과 운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곳에는 특히 유적전시실도 있다. 마을 조성 공사 중 땅 밑에서 뜻밖에도 경희궁의 담장인 궁장 유구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 유적은 마땅히 이곳의 큰 특징이고 마을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입증하는 소중한 공간 그 자체다.
영화 세트장 같은 화려한 무대가 돋보이는 돈의문구락부?ⓒ염승화
새문안 마을의 미국인 거주자 테일러 관련 전시 공간?ⓒ염승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독립유공가의 집’을 거쳐, 입구 쪽에서 지나쳐 온 ‘돈의문구락부’로 발길을 뗀다. 구락부(俱樂部)는 클럽(club)을 한자로 음역한 근대 사교모임. 이즈음의 분위기에 공연히 잘 어울릴 장소라고 여겨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안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꾸며져 있는 화려한 무대가 있다. 2층에 있는 연회장은 고급 레스토랑이 퍼뜩 연상될 만큼 구색이 썩 잘 갖춰져 있다. 구한말 당시 이 마을에 거주했던 외국인들로 구락부를 자주 활용했을 미국인 사업가 W.W?테일러와 프랑스 상인 부래상의 아기자기한 공간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정겨움이 가득 묻어나는 생활사전시관 부뚜막과 물품들?ⓒ염승화
6080감성공간 중 하나인 새문안극장과 생활사전시관에서 당시의 문화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염승화
다음은 1960년~1980년대의 문화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커다란 간판이 유독 실감나는 새문안극장은 영화를 2개씩 틀어주던 옛 동시상영관을 떠올리게 한다. 극장 맞은편에 있는 생활사전시관은 부엌, 방, 거실 등 당시 생활공간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석유곤로, 솥, 시루, 주전자… 부뚜막에 놓인 각종 물품들이 특히 인상에 깊게 남는다.?앞마당 모퉁이에 듬직하게 서 있는 나무를 활용한 성탄 장식이 돋보인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전문 해설사(플레이 도슨트)와 함께 하는 투어가 인기 있다. 이 투어는 매주 화~일요일 오후 2시와 4시 각 2회 진행되며 예약을 통해서만 참여가 가능하다. 방문 계획을 짤 때는 마을 뒤편에 있는?경희궁이나 서울역사박물관을 연계하면 좋을 듯.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로 불리는 돈의문박물관마을 방문을 권하고 싶다.
●돈의문박물관마을 관람 및 방문 안내?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 약 420m (도보 약 6분 ) > 마을 입구
⊙운영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 관람,?해설사 안내 오후 2시, 4시 (각 1시간 내외 ) 예약 필요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신문로2가 7-22)
⊙유의사항 : 전 지역 금연
⊙문의 : 돈의문박물관마을 운영팀 02-739-69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