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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가족들은 어떻게 옥바라지를 했을까?

지난 12월?20일 오후 독립문 옆에 없던 집이 하나 생겼다. 누군가는 감옥 같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공공화장실 같다고도 하는 긴 벽돌 담 너머에 정말 작은 집이 하나 생겼다. 없던 집이지만 언젠가 있었던 집이다. 언젠가 있었던 기억의 집이다. 그 돌담에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를 옥바라지 하던 가족들과 그들이 모여 살았던 옥바라지 골목을 기억하는 작은 공간이다.

지난 20일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이 문을 열었다 ?이선미

지난 20일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이 문을 열었다 ?이선미

김구 선생의 어머니는 이 골목에서 삯바느질을 하셨다. 안창호 선생과 손병희 선생의 아내도 쓰러져가는 초가를 세내 옥바라지를 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많은 이들도 필시 이 동네 어디쯤에서 형무소에 갇힌 가족을 위해 노심초사 헌신했을 것이다.

뒤쪽에서 내려다본 서대문형무소. 저 고층아파트들이 선 자리 어디쯤에서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했을 것이다 ?이선미

뒤쪽에서 내려다본 서대문형무소. 저 고층아파트들이 선 자리 어디쯤에서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했을 것이다 ?이선미

2015년, 옥바라지 골목을 포함한 무악동의 재개발이 추진되었다. 1987년 서대문형무소가 안양으로 이전한 후 10여 개 남짓 여관 등만 남아 어둡고 쇠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음해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조합 측과 갈등이 심화되었다. 결국 서울시가 개입해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독립운동과 옥바라지 관련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서울시는 첨예한 재개발 추진의 갈등 속에서 소통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무형의 가치를 흔적으로 남긴 첫 번째 산물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역사 흔적 지키기’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은 공간이지만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옥바라지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집이다 ?이선미

작은 공간이지만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옥바라지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집이다 ?이선미

추운 날이었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이 작은 집은 두 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는데 문을 들어서면 곧장 옥중편지들과 옥바라지하던 가족들의 고초가 묻어나는 자료들을 만나게 된다. 편지는 가족들의 안부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두 달에 단 한 통, 그것도 검열을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아내와 아들과 딸과 형제에게 보내는 간절한 편지에서는 수형생활의 힘듦과 가족에 대한 염려 등이 묻어났다.

두 달에 단 한 통 오갔던 편지에는 수형생활의 어려움과 가족에 대한 염려가 절절하다 ?이선미

두 달에 단 한 통 오갔던 편지에는 수형생활의 어려움과 가족에 대한 염려가 절절하다 ?이선미

강우규 의사의 아들, 오세창과 손병희, 정이형의 아내가 겪었던 힘겨운 옥바라지 이야기와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서대문형무소 위를 날면서 내려다본 당시 무악재 부근과 서대문형무소 풍경도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이어지는 방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옥바라지 골목이 있었던 무악재 주변의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너무나 달라져버린 까닭에 사진 속 풍경이 오히려 낯설기만 했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이었던 옛 현저동은 이제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마을이 되었다. 전시실 스피커에서는 소설가 배수아가 이 동네를 묘사한 여러 문학 작품들을 낭송한다.

무악동의 어제와 오늘 사진들 ?이선미

무악동의 어제와 오늘 사진들 ?이선미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을 지키고 관리하는 정해중 씨는 무악동의 열 명 남짓 통장 가운데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세워진 이 작은 집이 ‘미니역사관’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비록 작은 집이지만 하나하나 자료들을 보고 듣다 보면 당시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옥바라지를 하던 가족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오가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둘러보곤 했다 ?이선미

오가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둘러보곤 했다 ?이선미

옥바라지 골목은 사라졌다. 형무소 앞에 다닥다닥 들어앉아 있던 초가집들은 옛 사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수형생활과 형무소 밖 옥바라지 골목은 실과 바늘처럼 공동의 시간을 걸어왔다. 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 좋았으련만. 따로 뭔가를 만들 필요 없이 그 시간의 현장이 그대로 있었다면 정말 좋았으련만.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자리에 드높은 건물들이 솟아 있다.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은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있다 ?이선미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은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있다 ?이선미

깨끗하게 단장한 작은 집을 나서서 서대문형무소를 한 바퀴 걸었다. 바람이 찼다. 더 사나운 바람 속에 매일을 견뎠던 이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작은 집 초입에 붙어 있는 안내문의 마지막 문장이 떠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은 독립운동가 가족과 그 이웃들의 역사를 품고, 개발과 공존하는 역사, 인권과 함께하는 개발에 대해 묻습니다.” 여전히 물음은 계속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
? 위치 :?독립문역 3번출구 앞(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맞은편)
? 시간 : 화~토요일 10~18시 (월·일요일, 공휴일 휴관, 삼일절·광복절 개관)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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