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우리 대체 무슨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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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스러운 순간을 꼽으라면, 팀장님이 메신저에서 ㅎ이나 ㅋ을 딱 하나만 보냈을 때, 그리고 미팅룸에서 ‘인친’, 즉 인스타그램 친구를 만났을 때이다. 도서MD는 주 5일 중에서 4일 동안 ‘신간 미팅’이라는 것을 한다. 출판사 마케터가 새로 출간된 책을 들고 방문하여 해당 분야 MD에게 도서 특징과 마케팅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맞장구 치며 듣는 MD가 있는가 하면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MD도 있다. 하지만 대개 책에 대해서는 큰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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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MD가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MD가 어떤 책에 대한 호오를 감정으로 드러내면 소통 과정에서 괜한 노이즈가 생긴다. 건조한 표정으로 얘기하면 별 기대도 안 한다. 필요한 정보 소통 위주로 체크하고 “표정을 드러내면 책임질 일이 생기니까” 잘 드러내지 않는다.
『출판하는 마음』? ,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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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D도 인스타그램에서는 표정과 말투가 여러 개이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니까. 그래서 인스타그램 친구인 마케터를 미팅룸에서 만나면, MD 정연과 인스타그래머 정연의 정체성이 서로 부딪힌다. 친밀함을 드러내고 싶다가도 혹여 괜한 기대를 일으킬까 조심스러워진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요즘, 북스타그래머는 꼭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친구의 친구’ 추천에 비해 활발한 북스타그래머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 그렇게 ‘인친’에서 출판업 종사자 지분이 늘어난다. 요즘 친구 추천 시스템이 이렇게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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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해하지 마시길. 싫은 것과 당황스러운 것은 다르다. 나도 아직 MD는 초보라서 어려운 것이다. 예능프로그램 〈밥블레스유〉에서 개그맨 장도연이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 있다. 1~2회 방송하면서 추가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함께 방송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마음 주고 친해지고 싶은데 또 금방 끝나는 프로그램에 혼자 정 붙이고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아 그러지 못하겠다고. ‘인친’ 출판사 마케터를 대하는 마음이 비슷하다. 오늘날처럼 책 읽는 사람이 귀한 시대에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사람은 더 귀하다는 점을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 그렇기에 다가가서 한 마디 더 나누어 보고도 싶지만, 어쩌면 언니 동생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상상해보지만, 한편으로는 일할 때의 지장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휴대폰으로는 이모티콘으로 응원하면서도 미팅룸에서는 인사말과 함께 감정은 닫아버리는 애매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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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도 누군가에게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대상이더라. 춤 학원을 다닌 지도 벌써 1년, 선생님과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과 수강생 몇 명이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화하여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매번 에너지 넘치세요? 덕분에 저도 수업 오면 사람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눈썹까지 온전히 웃지 못하며 말했다. “여러분은 일 끝나고 오시지만 저는 이게 일이잖아요.” 머리 한쪽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요즘 춤 강사의 수명이 짧아 고민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아는 춤 선생님은 모두 젊었다. 아이돌 연습생을 가르친다는 말에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하고 멋지다고 말했는데, 선생님에겐 그 말이 실없게 느껴졌을까. 선생님은 덧붙였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할 수는 없잖아요. 오늘은 해버렸지만!” 선생님께 종종 개인 메시지도 남겼는데, 그날부터 어쩐지 조심스러워졌다. 응원 메시지가 싫지 않아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니 업무 외 시간에 고객 메시지가 오는 것과 닮았다. 보이지 않는 실선,까지는 아니고 점선이 그어진 느낌이다. 이 또한 싫지는 않지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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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서로 존대하는 언니를 만났다. 그냥 존대하는 학회에서 알고 지내다 보니 졸업하고도 그렇게 되었다. 제3자인 언니 친구가, 언니와 내 카톡방을 보고는 존대하며 ‘ㅋㅋ’ 웃는 사이라니, 혹시 썸 타는 연하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언니는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아니라며 웃었다고 했다. 나도 웃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먼저 ‘이번 기회에 우리 이제 말 놓을까?’ 물어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고, 그보다 더 자잘한 일상에 대해서도,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집에 와서는 덜걱거리던 어떤 한 마디에 대해 사과했고,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런 사이도 있는 것이다. 진심이기에 내내 조심스러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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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는 학교에서 만났기에 우리 사이에 권력 관계는 미미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는 다르다. 갑질 없이도 갑과 을은 존재한다. 갑은 조심하기 위해 갑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해야 하고, 을은 위축되지 않기 위해 을로서의 자신을 자각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갑을은 없으니까. (아직 이 단어 선택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자각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그 또한 사람 사이이기에, 일로 만난 사이에도 조심스럽고 진심인 관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사람으로만 보면 경험의 선후배이기도 하니까. 살짜쿵 다가와주었던 몇몇 선배를 떠올린다. 그리고 하이파이브인지 합장인지 모를 이모티콘을 찍는다. 우리는 서로 손을 맞대고 있음을 안다고, 서로 다른 위치이지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든든하다고, 조심스럽게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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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하는 마음은유 저 | 제철소
책을 매개로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보듬는 성실한 작업을 통해 책을 만지는 이들의 삶과 노동이 그 책을 읽는 독자와 어떤 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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