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년만에 TBS 떠나는 최일구, 눈물로 맞은 ‘인생3막’

이선명 기자 2024. 3. 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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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전 앵커가 지난 15일 진행된 TBS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마지막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하 TBS 제공



마지막 생방송이 시작되자 최일구 MBC 전 앵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38년 차 베테랑 언론인인 최일구도 6년 반 동안 품에 안았던 방송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15일 진행된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의 마지막 생방송에서 최일구는 오프닝 멘트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출연자들이 떠나가는 걸 보면서도 끝까지 TBS와 운명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이번 주를 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이 곳에서 일한 수백명의 젊은 직원들, 울고 웃던 청취자들이 있는데 이대로 문을 닫아야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고 말하다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가 1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2017년 10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약 6년 반 만의 일이다. TBS 내 프로그램 중 청취율이 가장 높고 무엇보다 TBS가 서울시의 출연기금 삭감 여파로 힘든 시기에 결정된 일이라 최일구 전 앵커 또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가장 컸다고 했다. 작가를 구하지 못해 오프닝 멘트를 직접 작성한 지도 어느덧 1년, 그의 마지막 오프닝 멘트에는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들과 청취자들에 대한 사과로 가득 차 있었다.

최일구 전 앵커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 사옥 내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는 MBC를 그만둔 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함께하고 인생 2막을 열어 둔 개인적인 역사가 있었던 프로그램”이라며 “시사와 예능을 함께 한다는 게 거의 최초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금석 같은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MBC ‘뉴스데스크’의 간판 얼굴이었던 최일구 전 앵커에게도 라디오는 미지의 세계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TV와 라디오는 결이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라디오는 실제로 대본만이 아닌 애드리브가 있어야 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고 방송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임무였다”며 “처음 시작할 때 김경래 TBS PD한테 혼도 많이 나고 어리석게 했었지만 6년 반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세월의 두께가 제 혀에 윤활유 역할을 해줬다. 개인적인 역량도 더 함양 시켜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최일구 전 앵커는 “지금 OTT의 시대고, 라디오가 비디오에게 밀렸다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7080세대 들이 차 안에서도 듣고, 유튜브에서도 듣는 걸 목격했다”며 “라디오는 영원히 가져갈 수 있는 콘텐츠이자 무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무려 6년 반 동안 TBS에 매일 출근을 해야 했던 최일구 전 앵커는 TBS에 대해 미운 정도, 고운 정도 이미 들었던 차였다. 그는 “수 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매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설날, 추석 명절을 가리지 않고 전부 생방송을 했다”며 “오늘도 이제 마지막으로 TBS에 오면서 이제 출근이라는 게 없구나, 내 인생에서 그런 생각을 하니 힘이 좀 빠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좀 늦잠을 잘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고 했다.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에는 수많은 게스트와 연예인들이 거쳐 갔다. 현재 ‘트로트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가수 임영웅과 영탁도 프로그램과 인연이 깊다. 이외에도 이찬원, 장민호, 요요미 등도 ‘최일구의 허리케인’ 내 코너 ‘서바이벌 힘든싱어’에 출연한 적이 있다.

최일구 전 앵커는 “임영웅이 ‘미스터트롯’에 출전하기 전 ‘힘든싱어’에 나와 세 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가왕이 됐다. 당시에도 노래를 매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미스터트롯’에 출전하면서 대한민국 가수의 영웅이 된 것을 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탁은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내 코너 ‘영탁의 음악반점’을 진행하며 무려 약 1년 간 고정 출연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최일구 전 앵커는 “영탁이 ‘힘든싱어’에서 비록 가왕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마스크도 좋고 말솜씨도 좋아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김경래PD가 코너까지 붙여줬다”며 “영탁이 ‘미스터트롯’에 출연하기 전이었지만 그가 출연할 때마다 문자 창이 출렁이는 것을 보니 역시 가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최일구 전 앵커는 개그맨 최국과 함께 진행한 ‘대화남’(대신 화내주는 남자)를 가장 기억이 남는 코너로 꼽으며 “최국이 오로지 애드리브로 이끌어 가는 코너였는데 청취자들의 호응도도 가장 좋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국에 여러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어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간 최일구 전 앵커의 계획은 촘촘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 한다. ‘최일구의 허리케인 TV’ 계정도 이미 만들어 둔 상태다. ‘탑골쇼’와 같은 음악 평론 프로그램과 시사 프로그램 등 7080세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며 “무엇보다 방송 진행자로도 계속해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제가 어렸을 때 녹음한 곡을 편곡을 다시 해 앨범 또한 다시 준비하고 있다. 김태현 작곡가와 듀엣으로 뮤직비디오도 찍고 제대로 해 볼 생각이다”며 “라디오를 진행하며 피아노를 새로 배웠는데 ‘런던보이즈’와 같은 남성 듀엣으로 콘셉트도 잡았다”고 했다.

최일구 전 앵커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등 여러 프로그램이 사라졌고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가 이후 TBS 안에서 청취율 1등을 하는 등 그런 과정을 오래 이어갔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며 “TBS 직원과 앞날이 지금 불투명하니 이재 좀 잘 해결돼야 하는데 이런 걱정만을 안고 떠나간다”고 했다.

마지막 생방송을 마친 뒤 스튜디오에서 일어난 최일구 전 앵커를 마중하기 위해 TBS 직원들이 모여 꽃다발과 함께 수년간 고생한 의미에 대한 보답으로 박수갈채를 쳤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스태프들도, 최일구 앵커도 결국 눈시울이 또 다시 젖었다. 최일구 전 앵커는 “TBS와 운명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힘들 때 도망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누가 알겠냐.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잘살아 보자”라고 했다.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 박수와 함께 그를 포옹했다. 최일구 전 앵커와 TBS의 긴 시간이 결국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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