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하는 아빠, 신고합니다”… 늘어나는 ‘대치 키즈’

김용현 2023. 2. 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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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학생 A군(14)은 지난달 2일 학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다 112 문자메시지로 부친 B씨(50)를 신고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식이 부모를 신고해 출동하면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체적 폭력이 있는 등 외적으로 학대가 명확해 보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언어 폭력·정서적 학대라고 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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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등으로 다투다 잇따라 신고
부모 극성에 스트레스 폭발 원인
훈육과 학대 애매… 경찰은 신중


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학생 A군(14)은 지난달 2일 학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다 112 문자메시지로 부친 B씨(50)를 신고했다. A군은 ‘부모가 지속해서 욕을 하는데 이것도 아동학대인가요’라고 물으며 ‘영상을 보내겠다’고 경찰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전에도 경찰에 신고했던 적이 있는데, 아버지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욕을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당 사건을 접수한 수서경찰서는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수사 중이다. 그는 성적이 나쁘다며 A군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밀치고 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부모의 정서 학대가 성립하는지 강남구청에 사례판단회의를 의뢰하고 검찰 송치 여부를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부모와의 갈등 발생 시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선 학업으로 인한 다툼 끝에 학생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빈번한 상황이다. 강남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자녀의 부모 신고가) 많을 때는 하루 2~3건을 접수할 정도로 잦아졌다”고 전했다.

경찰 신고가 늘어난 데는 학교 측의 학대 예방 교육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녀가 부모의 훈육을 학대로 느끼는 사례가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뜻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체벌을 당해도 학대인지 인식을 못하고 넘어갔다면 요즘에는 학대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 경찰 신고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박모(17)양은 최근 성적 하락 등 학업 문제로 부모와 마찰을 빚다 모친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박양은 “그동안의 학업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엄마와 고성을 지르며 싸우다가 112 번호를 눌렀다”고 말했다. 이후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당하고, 집 안에서 감시당하며 공부를 해야 했다는 게 박양의 주장이다. 모친은 집 현관문 앞에 문이 열리면 녹화되는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학생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경찰이 즉시 출동한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구청에 알려 공동 대응한다. 학교에서 당사자의 학업 고충을 들은 뒤 부모의 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하지만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이 불명확해 일선 경찰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식이 부모를 신고해 출동하면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체적 폭력이 있는 등 외적으로 학대가 명확해 보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언어 폭력·정서적 학대라고 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구대 관계자도 “부모가 ‘컴퓨터를 끄고 공부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학생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면 ‘어머니 아버지가 때렸다’며 없는 사실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관할 지자체 사례회의를 통해 자문을 먼저 구하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수사기관 개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와의 학업 갈등 문제 등을 경찰 개입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며 “부모와의 갈등을 털어놓는 아이들을 지나칠 게 아니라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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