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 코스피지수가 19개월 만에 2500선과 2400선을 나란히 내준 가운데,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동학개미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을 내 주식을 산 후 담보 비율을 채우지 못해 강제 청산 당하는 반대매매 규모는 하루 3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일러스트=정다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장날부터 이달 17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27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8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조200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 1위에 오른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였다. 개인이 올해 개장날인 1월 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순매수한 삼성전자는 14조4184억원 규모다.

이 외에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1조4352억원), 삼성전기(009150)(1조416억원), LG전자(066570)(8465억원), LG생활건강(051900)(7965억원) 등이다.

그러나 개인의 순매수 상위 순위에 오른 종목들에는 파란불이 켜져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6만7900원으로 17일 종가(5만9800원)보다 12% 높다.

삼성전자우(-9%), SK하이닉스(-1%), 삼성전기(-11%), LG전자(-16%), LG생활건강(-24%) 등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가 급락하자 반대매매 규모도 급격히 불어났다. 반대매매란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는데 고객이 이를 갚지 못하면 고객 의사와 상관 없이 주식을 강제 청산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7일(344억2000만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174억원 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260억원 대로 뛰었으며, 15일과 16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300억원을 상회했다.

13일 ‘검은 월요일’을 시작으로 ‘공포의 한 주’를 보낸 코스피지수가 19개월 만에 차례로 2500선과 2400선을 내주자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 동안 코스피지수는 5.97%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는 8.18% 떨어졌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며 증시 자체 하방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에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 증가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6863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4일(20조2629억원) 이후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