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라도 살려야'…아프간 시민들 '필사의 탈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이 쉽지 않자 시민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높고 날카로운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미군에 건네는 일이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날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밀려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이 혼돈 속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공항에서 아프간 시민들이 자신의 아이라도 먼저 대피시키려는 절박감에 공항 벽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아이를 보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시민들이 인파 속에서 아기를 공항 안으로 보내기 위해 어른들이 손에서 손으로 아기를 전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까스로 공항 담장 위로 들어올려진 한 여자 아이가 미군의 도움으로 공항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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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공포 정치로 도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시민들을 불시에 검문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탈레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카불 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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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항에서 아프간을 탈주하려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왔다.

급기야 모든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활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에 진입조차 못 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 등은 무장한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인들의 출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들을 폭행하거나 여권이나 서류를 찢어 공항으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한 여성은 다리에 묶인 붕대를 가리키며 "부적절한 복장으로 지적당할까 봐 일부러 검은 천을 둘렀는데도 폭행을 당했다"며 "내가 공항에 가는 것 때문에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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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은 팔과 어깨에 든 멍을 가리키며 "부인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생긴 상처"라고 설명하며 "탈레반 한 명이 부인이 했던 말에 화가 나 막대기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분노했다.

지난 17일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외국군에 협조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포용과 변화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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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시위대와 언론인,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누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서면서 공포정치가 20년 만에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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