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우주탐사선 아말(아랍어 ‘희망’)이 10일 0시 57분(한국 시각)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UAE는 미국·러시아·유럽·인도에 이어 5번째 화성 궤도 진입국이 됐다. 선진국들의 독무대였던 우주 개발 경쟁에 과학의 변방으로 여겨져온 중동의 소국이 깜짝 데뷔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가 우주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그림. 아랍에미리트는 미국·러시아·유럽·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 진입국이 됐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9일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말은 시속 12만1000km 속도로 4억9350만km를 7개월간 날아가 화성 궤도에 도착했다.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속도를 시속 1만8000km까지 줄이고 자가 보정 시스템을 가동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등 모든 과정이 아말 내부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지구와 신호를 주고받는 데만 22분이나 걸려 실시간 원격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궤도 진입 성공 신호가 도착하자 옴란 샤라프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는 “UAE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도달했음을 알린다”고 선언했다. UAE 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오늘 아랍 과학 역사의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고 트위터에 썼다.

무게 1.35t으로 소형 SUV 크기인 아말은 앞으로 2개월간 궤도 조정을 거친 뒤 화성 2만~4만3000km 상공을 돌며 카메라·적외선 분광기·자외선 분광기 등으로 대기 변화를 관측한다. 1년이 687일에 이르는 화성의 연중 기후도를 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특히 UAE는 관측 자료를 국제 과학계에 전면 공개할 방침이다. 샤라프 책임자는 “아말은 화성 관측 자료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첫 우주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첫 데이터 분석 결과는 UAE 건국 50주년을 맞는 12월 초 발표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2000년대만 해도 한국 기업 쎄트렉아이의 도움으로 위성을 만들던 아랍에미리트가 화성 탐사를 구상한 지 6년 만에 발사까지 이뤄냈다”면서 “독자 기술 개발보다는 적극적인 협업으로 선진국 기술을 흡수한다는 전략 덕분”이라고 했다. UAE는 2024년 달에 무인 탐사선을 쏘고, 2117년까지 화성 거주지를 건설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UAE의 가세로 지구 이외에 생명체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성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아말이 궤도에 진입하기 전 화성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로버 ‘큐리오시티'와 착륙선 ‘인사이트'가 탐사 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 3대, 유럽 2대, 인도 1대 등 총 6대의 궤도선이 돌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말과 같은 달 발사된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는 화성 표면에 착륙할 로버를 싣고 10일 화성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18일에는 미국 로버 ‘퍼시비어런스호’가 화성 상공에 도착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2024년 화성 식민지 개척을 위한 첫 유인 탐사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