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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보고 싶었어요” 백신 맞은 노부부 1년만에 ‘눈물 상봉’

입력 | 2021-06-01 15:25:00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 구 모씨와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몸은 좀 어때?” “이렇게 주물러 주니까 좀 낫네.”

1일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대면하지 못했던 두 노부부가 1년여 만에 마주앉아 두 손을 꼭 잡았다.

이곳에 아내 구모(77)씨를 만나러 온 남편 김창일 씨(83)는 “지난 주말에도 비접촉 면회를 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5분간 통화하는데 아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걱정이 많이 돼 밤에 잠을 못잤다”고 말했다.

김 씨가 체온 측정과 방문자 명부 작성을 마치자 구 씨는 요양보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구 씨는 남편 김 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김 씨는 “괜찮다”고 위로하며 구 씨의 손과 다리를 주물렀다. 1년여 만에 칸막이 없이 만나게 된 부부는 서로의 손을 한참동안 붙잡고 온기를 나눴다.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 구 모씨와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 구 모씨와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지난해 3월 20일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요양병원·시설 면회를 금지해왔다. 이후 투병 칸막이 면회 등 비대면 방식의 면회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도 했으나 확산세가 커질때마다 외부인 출입은 다시 통제됐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이날부터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면회객 중 최소 한쪽이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가 가능하도록 허용됐다. 약 1년 3개월만이다.

김 씨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지난 12일 완료했으며, 요양병원 입소자인 아내 구 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김 씨는 “모처럼 만나서 너무 좋고 반갑다”며 “앞으로도 가족들이랑 자주 면회를 오겠다”고 말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아내 이 모씨와 입소자인 남편 김모씨가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같은날 오전 경기 안산시 경희요양병원에서도 김 모씨(88)가 입소자인 남편 이모 씨(87)를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상태다. 김 씨는 화이자 백신을, 이 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김 씨는 남편 이 씨를 보며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겠어. 병원에서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추석 이후 이날 처음 보는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안아주었다.

이 씨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까 좋다. 보고 싶어도 못 보니 힘들다”고 말하며 흐느끼자 아내 김 씨는 “님이 보고 싶으면 사진을 보고요, 말하고 싶으면 전화를 쥐소”라며 노래를 불러줬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아내 이 모씨와 입소자인 남편 김모씨가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조만간 다시 대면 면회를 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는 분들이 늘었다”며 “대면 면회가 가능해졌으니 환자분들의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 앞으로 집단 면역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최대한 많은 환자분들이 보호자와 만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