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장보다 원가 2배 들어… 품질 좋지만 경쟁력 너무 떨어져” 르노삼성 작년 700억 적자 전망 판매량 34%줄어 8년만에 적자 노사갈등 불씨 남아 미래 불투명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 및 공급 총괄 부회장이 9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이런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한 말이다. 당장 부산 공장을 철수하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부산 공장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 공장은 지난해 뉴 아르카나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력 향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공장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캡처보다 배 이상 비싸다. 부산 공장 경쟁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 아르카나는 부산 공장에서 만드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수출명이다.
르노그룹은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경비, 감가상각비 등 제조원가에 품질, 제조시간, 생산성 등을 종합해 공장별 생산경쟁력 순위를 매긴다. 르노그룹에 따르면 부산 공장은 생산경쟁력 순위가 올해 르노그룹 세계 공장 19곳 중 10위에 그쳤다. 특히 공장제조원가 부문에서 19개 공장 중 17위에 머물렀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 공장의 품질 수준은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제조원가가 유럽 공장의 갑절이고 운송비까지 더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한국에서 만들어 유럽까지 실어 나르는 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로스 모조스 부회장의 발언이 당장 철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뉴 아르카나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은 글로벌 르노 공장 중 부산 공장뿐이다. 단기간에 생산처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부산 공장 경쟁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장기적으로 부산 공장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면 수천억 원을 들여서라도 해외에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닛산 로그만큼 많은 물량을 받아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면 2, 3년 뒤에는 후속 모델 생산조차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르노삼성을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00억 원 적자로 전망된다.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 전환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11만6166대(수출 포함)로 전년 대비 34.5% 줄었다. 임원 40%를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하며 이미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8년 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