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반대 시위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20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 중 2명은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인근에 있던 한 의사는 통신에 “한 여성이 머리에 실탄을 맞았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중을 향해 실탄을 쏘고,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고무탄, 최루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조준 사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의 1·2위 대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대 가두행진과 연좌시위가 이어졌다. 군부가 전날 양곤과 만달레이에 계엄령을 선포,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5명 이상 모임도 금지했지만 이에 ‘불복종’한 것이다. 미얀마의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주요 도시의 도로를 봉쇄하자 학생들이 연좌시위를 벌이는 장면, 경찰이 쏜 물대포에 시민이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는 사진 등이 급속하게 퍼졌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미얀마 승려들도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8일 만달레이에서는 붉은 마스크를 쓴 승려들이 승복 차림으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의 깃발을 들고 시위대 맨 앞에 섰다. 이날 양곤에서만 15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7일에는 승려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국가적 명소인 양곤의 슈웨다곤 불탑 앞에 모여 군부 퇴진 구호를 외쳤다.

8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열린 반군부 시위에서 승려들이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의 깃발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이번 시위 규모는 2007년 군부 정권의 유가 인상에 항의해 승려들이 주도적으로 일으켰던 반(反)정부 시위인 일명 ‘사프란 혁명’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보도했다. ‘사프란’은 미얀마 승려들이 입는 승복 색깔을 말한다. 2007년 8~10월 벌어진 이 시위에선 군부의 강제 진압으로 최소 1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의 88%가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2007년 시위를 비롯해 군부독재에 대항하는 대규모 시위 때마다 승려들은 학생·지식인과 함께 앞장섰다. 인터넷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승려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엔 눈엣가시”라고 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반군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진압을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한편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8일 TV 연설에서 “1년간 선포한 비상사태 기간이 끝나면 헌법에 의거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고,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