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집에 맡겨졌다 숨진 열 살 여아는 이모 부부의 폭력으로 숨진것으로 확인됐다. 조카가 평소 말을 듣지 않아 괘씸하게 여겼고 버릇을 고치기 위해 온몸을 플라스틱 막대로 두드려 팬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모 부부가 함께 욕조에 물을 받은 뒤 조카 머리를 잡고 강제로 집어넣는 등 ‘물고문’ 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숨진 A(10) 양을 최근 3개월간 맡아 키운 B씨 부부(40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다”며 “어제 오전에는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한명이 조카의 몸을 붙잡고 다른 한명이 머리를 잡아 물 속에 집어 넣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조카를 학대했다.

B씨 부부는 그러던 중 A 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거짓 신고를 하기도 했다. A 양의 사망 경위를 확인 중인 경찰은 B씨 부부가 물을 이용해 학대 사실을 확인했다. B씨 부부는 A양 또래의 친자식 둘을 키우고 있었지만, 경찰은 이들에게 학대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동학대. /일러스트=김성규

이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양의 시신을 부검의뢰했고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폭력으로 아이가 외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A 양의 시신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이 허벅지를 비롯한 몸 곳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B씨 부부 집에서 플라스틱 파리채와 플라스틱 빗자루를 발견했고 B씨 부부는 이를 폭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모부부가 ‘물고문’을 벌였다고 했지만 A양이 익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경찰은 주로 익사한 경우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 양의 팔 부위에서는 무엇인가에 묶였던 흔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모 부부가 A 양을 결박한 뒤 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A 양의 정확한 사인은 자세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정도 뒤에 확인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일 낮 12시 35분으로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 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은 B씨 부부로부터 “아이를 몇 번 가볍게 때린 사실은 있다”는 진술을 받아 이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이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 경찰은 A 양에 대한 B씨 부부의 폭행 등 학대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B씨 부부는 학대가 최근 며칠사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A 양은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부터 B씨 부부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B씨의 동생인 A 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A 양을 돌보기 어려워 친 언니 집에 맡긴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친부모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친부모가 숨진 딸을 학대한 정황은 없다고 봤다.

A 양은 B씨 부부 집에 오기 전 용인 다른 지역에서 친부모와 살았으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A 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향후 확인될 A 양의 정확한 사인과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B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