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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원에 로켓배송, 동영상까지 쏜다”…쿠팡, ‘제2의 아마존’ 노린다

입력 | 2020-12-24 17:52:00

쿠팡 본사. 2020.8.24/뉴스1 © News1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행보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4일 OTT ‘쿠팡플레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왓챠처럼 영화와 국내외 TV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스트리밍해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날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먼저 선보였고 향후 애플 iOS와 스마트TV, PC버전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월정액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17년 말 시작한 와우 멤버십은 월 2900원에 ‘로켓배송’ 제품을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 받고, 30일 이내 무료 반품까지 보장받는 서비스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도 이 멤버십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가입자 수는 올해 상반기(1~6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OTT를 추가한 것이다. OTT를 ‘무료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쿠팡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 1만 원 안팎인 넷플릭스, 4900원인 왓챠 등에 비해 대폭 저렴한 가격으로 OTT서비스와 프리미엄 커머스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소비자를 잡아두겠다는 것이다.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아마존과 흡사하다. 아마존은 월 회비 12.99달러를 내면 무료 배송 등을 해주는 ‘아마존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는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처럼 유료 회원제 쇼핑 서비스에 비디오를 얹어준 셈이다.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는 세계 1위 넷플릭스를 턱밑까지 추격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아마존의 또 다른 주력 사업으로 부상했다. 쇼핑과 OTT를 하나의 멤버십으로 묶으면서 두 사업 모두 덕을 봤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아마존프라임 비디오에 대한 막대한 투자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골든글로브(미국의 영화, 방송상)를 받으면 신발이 더 팔린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 가격 전략에 이어 플랫폼 확장 전략까지 아마존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실제로 올해 아마존의 물류대행 서비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과 유사한 ‘로켓제휴’ 서비스를 내놓은데 이어 쿠팡플레이까지 따라하고 있다.

쿠팡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료 회원 증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1530억 원에 영업적자 7205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을 ―10%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그동안 갖춰 온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건비, 배송비 증가폭을 억제하면서다. 여기에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늘어나면 100만 명 당 약 350억 원의 현금이 판매와 관계없이 추가로 유입된다. 아직 비전펀드 투자자금(2018년 20억 달러)이 남아있을 때 플랫폼 투자로 ‘지속가능한 수익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