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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또다른 급소…日 다음타깃은 공작기계·탄소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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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韓배제 D-4

日언론 "日피해 적고 韓타격"
추가 제재품목 예상 잇따라

한일 RCEP 양자회의 평행선
31일엔 양국 의원연맹 면담
내달 2일 각의 `韓배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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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2탄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품목은 지난 4일부터 수출 규제가 시작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에 이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급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8일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수출을 규제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고 대체할 곳 역시 마땅치 않은 반면 일본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달 초에는 NHK 등에서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추가 수출 규제가 이뤄지면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두 품목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공작기계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일본산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다. CNC는 컴퓨터를 통해 기계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일본 기업 화낙이 독일 지멘스와 함께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CNC 관련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2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공작기계 업체들이 몰려 있는 창원 국가산업단지와 마산 자유무역지역 소재 공작기계 완성품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면 완성품인 공작기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는 곧 관련 전후방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창원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공작기계 업체 대부분이 CNC를 일본 화낙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치제어반 수입액 2억3001만달러 중 92.7%에 달하는 2억1192만달러를 창원의 공작기계 업체들이 수입했고, 이 중 일본에서 수입한 규모는 2억831만달러로 98.3%에 달했다.

창원의 한 공작기계 업체 관계자는 "독일 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다른 관련 부속품을 전부 독일산 부품으로 교체해야 해 가격 면에서 비용 부담이 크고 운송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대응도 늦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거래처에서 일본 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수치제어반 외에 구동축 등 다른 중요 부품도 일본산 제품이 많다"며 "일본이 공작기계 부품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장비도 수입 물량 중 82%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금속 공작기계도 일본 의존도가 40%에 달한다. 특히 금속 공작기계를 주로 쓰는 곳은 중견·중소기업이라 대응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업계에서는 새 설비 구매보다 직접적인 피해가 염려되는 것이 부품 확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이무라 유키오 일본공작기계협회 회장(도시바기계 회장)은 "한국 (수출) 의존도가 낮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수소연료탱크 제조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도레이, 데이진,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기업 3사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 수출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수소경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 수소연료탱크 제조기업 등에서는 다변화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조달처를 바꾸는 경우에도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서는 수개월가량 시험운전 등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에 달하며 이들이 속한 산업은 수출 규제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위한 정령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8월 하순부터 1100여 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시 건별 허가가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과 양자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일본 각의 결정 전에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오는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도쿄를 찾아 누카가 후키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과 면담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달 1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급 회의에 나선다. 지난 27일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제27차 RCEP에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이 요시다 아키히코 일본 외무성 경제국 심의관 등과 양자회의를 진행했으나 수출 규제 관련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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