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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독 에릭 오 “ '오페라'로 저만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죠”
2024.04.29
▲ 단편 애니메이션 ‘오페라(Opera)’의 에릭 오 감독.

▲ 단편 애니메이션 ‘오페라(Opera)’의 에릭 오 감독.



서울 = 오금화 기자 jane0614@korea.kr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살아있는 예술작품, 8분짜리 시적 은유에 가깝다”
“인류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책을 미술관 전시로 만들어낸 것 같다”


지난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만화 영화(애니메이션)부문 후보에 오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Opera)’에 외신이 보낸 찬사다. 오스카 시상식의 유일한 한국 제작 작품이자, 단편 만화 영화 부문의 유일한 아시아 작품이란 점만 놓고 보아도 ‘오페라’가 거둔 성과는 실로 경이롭다.

“콘텐츠 사회에서 똑같이 만들어내면 아무도 보지 않죠. 저는 조금 색다르게 저만의 색깔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아마 이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에릭 오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코리아넷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억이 생긴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힌 그는 그림 외의 것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어린 시절 디즈니 캐릭터를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픽사의 유망한 만화 영화가 로서, 또 지금은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릭 오 감독은 만화 영화가 품은 ‘무한한 확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만화 영화를 단순하고 고정된 장르가 아닌 ‘상상력’에 기반해 다양한 요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돼 보여지는 하나의 ‘예술’로서 바라보고 접근한다. 이번 전시회 역시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예술 매체’로서 만화 영화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 ‘오페라(Opera)’의 장면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부터 아래로, 코러스(CHORUS), 오페라(OPERA), 오케스트라(ORCHESTRA), 크레필루포(CREPIILLUPO), 셰나(SCENA), 콘티누오(CONTINUO), 인터루드(INTERLUDE), 아리아(ARIA), 오버추어(OVERTURE).

▲ ‘오페라(Opera)’의 장면들. 



오는 25일 제주도에서 열릴 ‘O : 에릭 오 레트로스펙티브 (O : AN ERICK OH RETROSPECTIVE)’ 전시회로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에릭 오 감독은 “전시회 제목인 ’O’처럼, 동그라미는 곧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과 맞물린다”라고 설명했다.

‘동그라미’는 그의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번 전시회를 설명하는 열쇠말로 그는 역시 ‘순환’을 꼽았다. ‘동그라미’는 곧 ‘순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원형 순환’이라 생각해요. 모든 것은 마치 동그라미처럼 서로 완벽하게 연결됐어요. 우리의 삶은 이 원 안에서 흘러가죠. 그것에 곧 제 작품이 보여주는 철학이자 정체성이에요.”

에릭 오 감독의 대표작이자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되는 ‘오페라’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 삶과 죽음을 포함해 계급, 환경, 인종, 테러 등 인류의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준다. 서사나 주인공이 없는 파격적인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는 ‘오페라’를 비롯해 ‘오페라’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 8점을 선보인다. ‘오페라’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 3년간 그의 손에서 탄생한 신작들이다. 수준 높은 만화 영화 기술과 기법들을 총망라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사실 ‘오페라’는 처음부터 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었다고. 영화가 아닌 전시 공간에 프로젝트를 띄워놓고 움직이는 느낌의 전시물로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정해진 시간 없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주려는 것이 애초의 기획 의도였다. 

▲ 작업실에서 ‘오페라(Opera)’를 작업하고 있는 에릭 오 감독의 모습.

▲ 작업실에서 ‘오페라(Opera)’를 작업하고 있는 에릭 오 감독의 모습.



그러나 갑자기 터지게 된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백지가 됐다. 에릭 오 감독은 그때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상당히 절망적이었죠. 그런데 이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영화로 재편집해 공개한 ‘오페라’가 반응이 너무 좋았고 결국 오스카까지 가게 된 거예요. ‘오페라’가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게 되자 이제는 저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개인 전시를 준비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때가 오스카 직후였으니 여기까지 오는데 3년이 걸렸네요”라며 이번 전시를 선보이기까지 감내했던 인고의 시간을 그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영상만큼이나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음악. 전시회 현장은 서로 대화하기 힘들 정도의 압도적인 음향을 선보여 관객들로 하여금 시청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할 생각이다. 전시회 음악을 DJ이자 프로듀서인 이오공이 맡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그는 유명 케이팝 작곡부터 본인 앨범 '뽕'까지 최근 가장 '핫한'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에릭 오 감독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현재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만한 장편 가족 애니메이션 이야기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에릭 오 감독은 “이번 전시를 찾아온 모든 관객분이 세상을 보는 경험을 확장하는 계기를 얻어 각자의 삶으로 가져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에릭 오 감독의 이번 대형 미디어 상설 전시는 25일부터 제주시 애월에 새롭게 개관하는 대형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House of Refuge)’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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