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액시온’ 닮은 준입자 발견

막스플랑크, 바일 반금속 안에서 액시온 확인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의 약 4.4%에 불과하다.

68.6%는 우주 팽창에 반발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이며, 27%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로 관측되지 않아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 후보로는 액시온(Axion)을 비롯, ‘중성미자’, ‘윔프’(WIMPs)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 후보물질들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 액시온의 정체를 밝혀내고 있는 중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바일 페르미온 준입자를 통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과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거대 은하단 아벨 520의 모습. ⓒ NASA, ESA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바일 페르미온 준입자를 통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과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거대 은하단 아벨 520의 모습. ⓒ NASA, ESA

입자의 출렁거림, 액시온과 수리적으로 동일 

16일 ‘사이언스 뉴스’는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막스플랑크 물리화학연구소에서 결정체 안에 숨어 있는 준입자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준입자(quasiparticle)란 입자의 집합적인 들뜸(excitation)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없고 질량, 위치와 속도 등의 성질만 갖고 있는 입자들이 모인 다입자 집단 안에서는 입자 간에 서로 힘이 작용하므로 입자 스스로 독립해서 운동할 수 없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면 그 영향으로 주위의 입자 상태에 변화가 생긴다. 중심의 입자가 움직이면 주위의 입자도 거기에 따라 운동을 한다. 이처럼 여러 개의 입자가 있지만 한 개의 입자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준입자라고 한다.

이 준입자를 발견한 곳은 ‘바일 반금속(Weyl semimetal)’이란 물질이다.

독일의 수학자 헤르만 바일(Hermann Weyl)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방정식인 디락 방정식의 해가 특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금속을 ‘바일 반금속’이라고 했다.

연구를 이끈 막스플랑크연구소 요하네스 고츠(Johannes Gooth) 박사에 따르면 ‘바일 반금속’ 안에는 바일 페르미온(Weyl Fermions)이라 불리는 기본 입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질량이 없는 것 같은 이 입자들은 온도가 내려가면 결정체를 이룬다. 연구팀은 이 결정체에 강한 전기와 자기장을 동시에 가해 전하의 정상파와 유사한 출렁거림(sloshing)을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출렁거림이 수리적으로 액시온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출렁거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결정체 안에 흐르는 전류를 측정했으며, 이 전류가 전기장의 힘이 강해지는 것처럼 급속히 강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 액시온의 진실 밝혀내

그동안 과학자들은 물리적으로 특이한 비대칭 현상을 보이는 페르미온 입자를 통해 우주의 시간 왜곡과 유사한 중력 효과 등을 관찰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액시온의 실체를 밝혀내면서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에 보도됐다. 논문 제목은 ‘Axionic charge-density wave in the Weyl semimetal (TaSe4)2I’이다.

액시온이란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MIT의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가 1977년 붙인 이름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의미의 ‘액시온’이란 세제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윌첵 교수는 이 상표 이름을 가져와 새롭게 제안된 암흑물질 후보물질 이름으로 사용했다.

액시온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생성되는 빅뱅 과정에서 수많은 액시온이 생성됐다.

그러나 이어지는 우주 급팽창 과정에서 질량이 생성되고 상당한 양의 운동 마찰력이 발생하면서 액시온의 운동 에너지가 모두 흡수돼 버린다. 그리고 우주는 액시온이라는 매우 차가운 응축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세른(CERN)과 같은 입자가속기 연구소에서 강력한 자석과 고주파 공진기 및 극저온 장치 기술을 활용해 액시온의 존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통해 양자역학상의 준입자 액시온 존재를 밝혀낼 수 있었다. 요하네스 고츠 박사는 “그동안 수학적 개념으로만 존재해왔던 액시온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쁨을 표명했다.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센터(SLAC)의 이론물리학자 헬렌 퀸(Helen Quin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동일 인물이 동시에 다른 장소에 나타난다는 도플갱어(doppelgängers) 같은 현상이 ‘바일 반금속 실험’을 통해 나타났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그녀는 1977년 로베르토 페체이(Roberto Peccei) 박사와 함께 과학자들이 수학적으로 암흑물질의 진실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는 이론을 전개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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