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유튜브대전, 예정된 보수승리

2019.12.15 09:09 입력 2020.01.09 11:14 수정 정용인 기자

보수우파 유튜버 네거티브 여권 방어할 수단 있을까

“기성세대는 잘 모른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느낄 수 있다.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수십 군데 중·고등학교 강연을 다녔다. 아이들하고 대화를 해보면 안다. 극우성향의 유튜브를 많이 본다. 하나의 정보가 옆 동네 학교까지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들은 정보검색을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한다.” 황희두씨(28)의 말이다. 그는 극우 유튜버들이 10대들에게 퍼뜨린 대표적 ‘가짜뉴스’로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지난 11월 초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위원으로 영입하면서 그의 이름은 포털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그는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 시사 쟁점을 해설하는 채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다스뵈이다’ 같은 채널과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지만, 입문자를 대상으로 가교역할을 할 나 같은 채널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울어진 유튜브시장 판세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청년스피커’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스마트플랫폼 오픈 및 유튜브 채널 ‘씀’ 1주년 기념식에서 박주민 최고위원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유튜브 총선 진보 패배는 예정돼 있다”

“지금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은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에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뉴미디어 전문가의 말이다. 그리고 승패가 갈리는 격전지는? “유튜브다. 지금의 역량으로는 ‘진보 리버럴’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 후과를 얼마나 줄이느냐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 과연 그럴까.

이 전문가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예를 들었다. “가세연 영상을 찾아보면 오후에는 광화문집회를 찍고 다시 밤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가 오거돈 시장을 저격하는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멤버인 김용호씨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딸 임동아씨의 인스타그램을 털면서 ‘우리가 이런 콘텐츠가 한두 개이겠습니까’라고 발언하는 대목이 있다. 실시간으로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임동아씨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봤는데, 이미 삭제된 것이었다. 사전에 다 다운받은 것이었다. 임동아씨뿐이겠는가. 그쪽에도 기획단이 있으니 이미 다 준비해뒀을 것이다.”

가세연의 콘텐츠를 보다 보면 말초적 흥미를 바탕으로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콘텐츠가 요소요소에 심어 있다. ‘구혜선 꼭지의 진실’과 같은 썸네일을 단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김건모씨가 수년 전 룸살롱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가세연발이다. 김용호·강용석·김세의씨 등 가세연 진행자들은 명예훼손 소송 등 부담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의혹(강용석), 세월호 사건 당시 홍가혜씨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김용호) 등 이미 수많은 피고소·피고발에 익숙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뉴미디어 선거가 시작한 시기를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로 본다. 팟캐스트는 그 전까지 한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었다. 여기서 방송되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는 당시 보수여당 측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을 저격했다. 이른바 ‘나경원 1억 피부과설’이다.(시간이 지난 뒤인 2012년 나경원 당시 전 의원은 “실제 피부과에서 쓴 돈은 550만원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저격은 성공했다. “그러니까 가세연은 유튜브에 등장한 보수우파판 나꼼수인 셈이다.” 앞서 전문가의 말이다.

팟캐스트로 시작된 뉴미디어 선거의 전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트위터로 넘어갔다. 다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격전지는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2020년 총선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온라인을 잡아라, 달아오른 유튜브 총선전’, ‘정당의 유튜브 활용법… 총선 보수·진보 전쟁 축소판’. 지난 11월에 나온 언론보도 제목이다. 다음 선거의 격전지는 유튜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사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넘어 이제 유튜브가 대세”, “정치신인은 물론 현역 의원들에게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 대부분 ‘유튜브 총선’ 기사를 보면 정치인의 유튜브 활용에 초점에 맞춰지고 있다. 명함을 돌리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의정보고회를 여는 대신 유튜브를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대세라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왼쪽)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11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가수 김건모를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 유튜브 열풍의 ‘명암’

다음 총선은 유튜브 총선이 될 것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언론인 원성심씨가 지난 10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다. 무려 81.8%다. 원씨는 논문에서 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운영자를 ‘인플루언서’로 규정하는데, 그 숫자는 24명이다.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전체 현역정치인 중 약 10%에 해당한다.

“며칠 전 여권의 모 중진의원실 보좌관을 만났다. ‘의원님이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자문하려 한 것이다.”

정치 시사 유튜브를 편집하는 한 프로듀서의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했다. 내가 만약 참모라면 유튜브를 하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중진 의원이 해야 하는 것은 유튜브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갈등조절을 잘하고 정책활동을 잘하면 기성 언론에서도 불러줄 것이고, 잘 나가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모시려 할 것이다.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처럼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되는 것 아니냐.” 정치권에 몸담은 적이 있는 이 프로듀서는 최근의 ‘유튜브 선풍’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최근 의원실 구인공고를 보면 모집요건에 딱 봐도 유튜브 촬영·편집을 시키려고 자격요건을 적어놓는 것이 많다. 주로 하급비서다. 실제 현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원들 대부분도 7급 이하 비서진이나 인턴에게 맡겨놓는 경우가 많은데, 못한다. 업무량도 많고, 그 돈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은 인력을 못 구한다. 시사 이슈를 이해하면서 PD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단가가 너무 세다. 게다가 정치인의 의정활동을 다 이해하면서 따라다니는 고강도 중노동을 감당하면서 인턴비서 월급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계정만 만들어놓은 정치인 유튜브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의원이름을 붙여 ‘○○○TV’라는 식의 이름을 달고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유튜브는 보좌진이 만들고 있다. 자막을 달거나 영상편집을 하는 경우도 대부분 직접 알음알음으로 배워서 한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프로듀서의 말이다. “동영상 편집이라는 것은 고급기술이다. 그런데 그거 하고 싶어 의원회관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본질은 그걸 시키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이해 못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구하는 것도 유튜브 생태계나 문법을 이해 못 한 데서 오는 연장선이다.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만 말했지 다양한 유튜브를 연구한 적도 없고, ‘저거 좋네’ 이런 식으로 ‘카메라 여러 대로 국감장에서 나만 찍어라’라는 식의 태도는 엄밀히 말해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공으로 찍히고 싶다는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인기를 먹고 살고 싶은 욕망은 이해되는데, 아무런 노력 없이 과실만 쉽게 얻으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뉴미디어를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랜선효녀’라는 별명을 얻은 박광온 민주당 의원 딸의 트위터 선거지원은 지난 총선에서 화제를 모았다. “딸 트위터 덕분에 선거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유튜브를 활용해 의원에 당선될 최초의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1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초의 ‘유튜버 국회의원’ 탄생은 가능할까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해마다 3월이면 1년의 활동방향을 발표하는 일종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2016년 3월, ‘페북라이브를 강화해 동영상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그의 발표를 보고 동영상 촬영장비를 예약을 걸어 주문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의 말이다. 그는 당시 손혜원 의원 보좌관이었다.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을 때 마이크와 전문장비를 최초로 도입했다. 처음 했던 라이브 영상을 10만 명이 보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손 의원 자신이 대중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이라 오디오는 따로 고음질로 녹음하고, 비디오는 별도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카메라로 촬영했고….” 페북라이브를 통해 직접 소통은 손 의원이 목포 땅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지난해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게 목포 관련해 언론들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에 안 밀리고 대응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자체적으로 해명자료도 유튜브로 만들고, 그 후 유튜브로 넘어와 선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구독자수가 확 늘었다.” 손 의원의 유튜브 계정은 앞서 원성심씨의 논문에 따르면 구독자수 13만6000명으로 전체 현역정치인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소장의 연구소 유튜브채널은 자유한국당 공식채널인 ‘오른소리’를 패러디해 대적한다는 의미의 ‘옳은소리’로 최근 콘셉트를 바꾼 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발표하는 정치연구소 씽크와이의 정책영상 사이사이에 내놓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 등을 패러디한 그의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소장의 말이다. “사실 채널 자체를 개설한 지는 몇 개월 되었는데 캐릭터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그래픽 중심의 1분짜리 정책보고서를 냈는데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오른소리에 대항하는 ‘옳은소리’로 콘셉트를 잡아 온갖 B급감성을 담아 웃기는 내용을 담으니 무궁무진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내년 총선에 출마예정인 김 소장은 “정치인에게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수도권의 경우 베드타운이 되었는데, 아무리 의정보고서를 내고 동네에 가서 연설을 해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정책을 설명하고 만나는 것 역시 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싱크탱크의 유튜브 전략은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역시 지난 11월 중순부터 유튜브 대전에 뛰어들었다. ‘의사소통TV’라는 이름이다. 기존의 민주당 공식 유튜브채널 ‘씀’과는 별도로 개설된 채널이다. 김현권·김종민·전재수 의원 등 내년 총선에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출마를 예고하는 의원들 소개부터 시작한 채널은 김부겸·이재명·박원순 등 민주당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들을 연달아 초청해 출연시켜 주목을 받았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원장이 구상하는 내년 총선 전략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편집형식도 기존의 ‘알릴레오’나 ‘다스뵈이다’ 등 대표적인 진보 유튜브 채널 콘텐츠와 달리 짧고 가벼운 편집으로 유튜브의 핵심소비층인 20·30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민주연구원 측은 “민주당의 핵심정책 및 공약을 의학적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 콘텐츠 방향”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콘텐츠도 차기 대권주자라기보다 민주당 내의 유력 인사 및 지자체 단체장들의 ‘좋은 정책 소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자 섭외는 양 원장 등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유튜브는 보수우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기자를 만난 ‘헬마우스’ 관계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에서 밀리는 것을 보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2020년 총선은 어떤 총선으로 기억될까. 앞서 뉴미디어 전문가의 전망대로 ‘총선에 출마한 여권 유력 정치인에 대한 보수우파 유튜버들의 저격이 성공한 선거’로 기억될까.

학계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내년 총선에서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주지혁 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유튜브 소비행태를 보면 대부분 재미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반면 정치 콘텐츠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종전의 뉴미디어 연구에서 드러나듯,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는 중도층을 견인하는 효과보다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을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만약 내년 선거가 대선이라면 충분히 유튜브 대선이 될 수 있겠지만 총선은 성격이 다르다”며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있지만 어쨌든 총선은 최소 250개에서 260개로 지역구가 나눠 치러지는 선거”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공론장이 유튜브로 쏠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튜브의 여론이 우물 안의 외침이었는지, 광장에서 외침이었는지는 이번 선거가 지나게 되면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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