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가 더불어민주당에 고발당했던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신상이 털리고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생부터 학력, 경력, 정당 경험 등을 나열했다.

임 교수는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 더시라고 올린다"면서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인생 치열하게 산 것은 자부한다. 아마 신상 털고 계신 분들 가장 큰 관심사는 정당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기재한 정당 경험은 ▲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출마(1998) ▲ 민주당 손학규 대선 후보 경선캠프(2007) ▲ 창조한국당 홍보부단장, 사이버본부장, 자원봉사센터장 등이었다.

임 교수는 한나라당 출마 배경에 대해 "대학 다닐 때부터 선거를 좋아했다"며 "졸업 직후부터 지역 신문에 있으며 동네 의원들의 선거홍보물 제작 일을 맡았다. 그러나 1998년 회사를 차렸고, 그 과정에서 출마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당한 건 아마 그해 말이나 이듬해 초였을 것"이라면서 "서울시 기초단체장 다수가 담배세와 종토세의 광역/기초세 교환을 요구했을 때 강남, 서초, 중구 등 잘사는 동네 한나라당 기초단체장들이 반대했다. '월간 지방자치'에 교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투고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실마다 '한나라당이 부끄럽다'는 제목의 글을 뿌린 뒤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캠프 참여에 대해서는 "2007년 대선을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아는 분이 계시던 손학규 캠프로 갔다. 거기서 잠깐 있다가 왕따 당하고 그만뒀다. 다들 조직적으로 결합했는데 저만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꼭 하고 싶었기에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을 다시 갔고 거기서 여러 일을 했다"고 부연했다. 임 교수는 2008년 총선까지 창조한국당에 있었다면서 "문국현 당대표하고 맨날 싸웠다. 그렇게 싸우다 총선 끝나고 나왔다"고 부연했다.

임 교수는 "정당 경험은 위에 적은 것 외에도 몇 가지가 인터넷에 나돌 거다"며 "예전에 제 이름 검색하다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 명단에 들어가 있는 것도 봤다. 하지만 그때는 창조한국당 있을 때니까 아마 누군가가 선거장사 할 때 받은 제 명함을 끼워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캠프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을 것"이라며 "박사 과정 중이었는데 잘 아는 분이 이름을 넣겠다 하기에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름만 넣었지 캠프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고대 다닐 때 화염병 던지는 여학생으로 제법 유명했지만 데모는 하되 운동은 안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그전까지 제 삶이 허공에 떠있었다면 2014년 그날 이후 처음으로 역사 속에 몸을 담궜다고 느꼈다. 그 뒤로는 이전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등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날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연합뉴스.

앞서 임미리 교수는 지난달 28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권을 정면 비판하며 글 말미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적었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임 교수와 칼럼을 실어준 경향신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투표참여 권유 활동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당내외에서 거센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이날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앞서 임 교수는 민주당의 고발 소식 후 SNS 글에서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이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참패를 바란다"며 "그래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오후에는 파란색 바탕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프로필로 교체하기도 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