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가수 ‘의문의 피살’…반정부 시위 들끓는 에티오피아

2020.07.02 15:16 입력 2020.07.02 22:43 수정 김윤나영 기자

신변 위협 호소하던 훈데사

총상 입은 채 주검으로 발견

전국서 진상 규명 요구 시위

경찰 실탄 발포…81명 사망

미국서도 항의 행진 에티오피아 오로모족 출신의 가수 하차루 훈데사의 피살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오로모 해방전선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세인트폴 |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민중가수가 의문의 총격으로 피살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비롯해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면서 81명이 죽는 유혈 사태로까지 번졌다.

아라사 메르다사 오로미아 경찰서장은 1일 전날 오로모족 출신의 저항가수인 하차루 훈데사(34)의 죽음으로 촉발한 시위로 오로미아 경찰관 3명을 포함해 총 8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군경은 특히 아디스아바바 남동쪽의 아다마에서 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실탄을 발포해 시위대 5명이 숨지고 75명이 다쳤다. 경찰은 시위에 참석한 야당 지도자 베켈레 게르바와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인 자와르 모하메드 등 35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훈데사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의문의 총격으로 숨진 에티오피아 민중가수 하차루 훈데사. 아디스아바바 | 로이터연합뉴스

훈데사는 에티오피아에서 35%를 차지하는 최대 다수 종족이면서도 정치·경제적으로 차별받아온 오로모족 출신의 민중가수다. 17세 때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5년간 수감돼 오로모족에게는 저항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2015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이어진 오로모족의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가로 널리 쓰였다. 그는 최근 신변 위협을 호소하다가 지난달 29일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시위는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오는 8월 총선을 무기한 연기한 이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벌어졌다. 아비 총리는 지난달 11일 일부 야당의 반대 속에 코로나19 상황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아비 총리는 최초의 오로모족 출신 총리로 2018년 집권 당시에는 개혁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접경국인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지만, 에티오피아의 10개에 달하는 부족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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