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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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21년 7월 3주 선정
리셀 열풍부터 비트코인과 NFT까지-MZ세대는 왜 그렇게 돈이 많은가? 끓어오르듯 용솟음치는 역동적 사회의 중심에 소비라는 특징적인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욕망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비난하는 척하는 낭비와 사치, 그 중심에 젊음이 있다. 젊음은 곧 사치와 동의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키워드는 젊음과 사치다.
작가정보
현대인들은 똑같은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티셔츠라도 시장 물건이 아니라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엄청나게 비싼 값에 산다. 실제 물건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방증이다. 저자 박정자는 그 욕망의 근원에 상향 계층이동의 욕구가 있음을 전작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에서 갈파하였다.
그리고 지금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다시 보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럭셔리를 추구하는 현대사회를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극도로 고도화되는 정보기술, 전 지구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전통적 금융과 예술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상화폐와 NFT 미술 열풍 등이 상응하는 이론의 틀 속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박정자의 다른 책들로는 『빈센트의 구두』, 『시선은 권력이다』, 『이것은 Apple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 『시뮬라크르의 시대』, 『잉여의 미학』, 『눈과 손, 그리고 햅틱』,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사르트르의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 『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과, 푸코의 『성은 억압되었는가?』,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만화로 읽는 푸코』, 『푸코의 전기』, 『광기의 역사 30년 후』가 있으며,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 세계의 일상성』, 앙드레 글뤽스만의 『사상의 거장들』도 있다.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박사논문은 “비실재 미학으로의 회귀: 사르트르의 『집안의 백치』를 중심으로”이다. 상명대학교에서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많은 팔로워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필자이기도 하다.
목차
- 헌 집 주고 새 집 받기_ 젊음과 사치
I 소비의 사회
01_ 소비를 위한 변명
소비 예찬 /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인디언 축제 포틀라치 / 포틀라치와 권력의지 / 포틀라치의 규칙 / 답례 의무의 기원 / 선물을 차연의 개념으로 본 데리다 / 바타유의 낭비 예찬 / 포틀라치에 대한 긍정적 해석 / 선물, 너무 나쁘게 생각하는 것 아냐?
02_ 소비의 효용
국가가 마구 돈 나눠주면 안 돼요 / 피케티 현상 / 코로나와 소비 이론
II 현대의 소비
01_ 현대의 영웅
빌 게이츠의 집 살짝 구경하기 / 트럼프의 결혼식, 나중에 대통령 될 줄 몰랐네 / 요즘 부자들은 돈 자랑하지 않아요
02_ 소비는 현대사회의 의무
소비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쫓겨나
03_ 소비는 현대사회를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황우석을 소비하고, 지성을 소비하고, 성을 소비하고, 권력을 소비하고… / 욕망의 삼각형 / 소비는 실제 물건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하는 것 / 고가의 사치품은 “나는 상류층이다”라고 말해 주는 언어 / 환상의 부분이 절반은 넘어야 진짜 명품 / 위세상품과 환상
04_ 상품은 차이화의 기호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 시니어 세대의 약진 / 그럼에도 시니어는 결코 매력적인 기호가 아니다 / 나이만이 아니라 신분도 우리의 소비 행태를 규제 / 운동화 열풍 / 명품에 열광하다
III 현대의 상류계급
01_ 소비와 계급
명품은 더 이상 상류층의 표지가 아니다 / 상류층의 반(反)소비는 아래 계층 따돌리기 전략
02_ 문화자본으로서의 인문학
아비투스 / 미술의 경우 / 평등한 교육은 사실은 불평등한 교육 / 우리에게는 영어 교육이
03_ 유한계급과 무한계급
부는 더 이상 상류계급의 척도가 아니다 / 현대의 상류계급은 시간이 없어서 쩔쩔매는 무한계급 / 노동시간과 여가시간 / 노동과 여가의 역전 / 주 52시간 근무제
04_ 능력과 가문
드라마의 주인공이 언제나 재벌 2세인 이유는?
IV 현대성의 풍경
01_ 광고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 현대의 광고 / 스타 제조 시스템 / 신화의 생산
02_ 광고는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
문화상품이 된 광고 / 광고의 역할 / 광고는 현대사회의 예술이며 문학 / 가상현실의 세계
03_ 유행
옷 / 유행의 변화 / 유행의 문법 / 전문가들의 청년 찬양 / 패션 저널리즘 / 스포츠 패션의 명품화 현상
04_ 육체
몸의 해방? 여성 해방? / 외모 집착 / 자기파괴 충동 / 외모는 자본이다 / 힘든 노동이 된 몸매 가꾸기 / 남성의 몸매 가꾸기 열풍
05_ 키치의 시대
부르주아 시대의 산물 / 백화점 / 가제트 / 자동차 / 자가용 통근 / 빅테크 시대의 자동차 / 자동차의 새로운 지위
V 현대의 예술
01_ 현대성의 특징을 압축해 보여 주는 팝아트
상품을 소재로 삼은 팝아트 / 사물의 시대 / 예술의 민주주의
02_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 올덴버그, 리히텐슈타인 / 흔해 빠진 싸구려의 것일수록 환영받다 / 팝아트에 대한 상반된 평가 / 대중예술과 고급예술
03_ 팝아트의 선구자 뒤샹
레디메이드 / 〈샘〉
04_ 비트코인 시대의 예술
NFT 열풍이 뜨겁다 / NFT와 원본 개념 / 이브 클라인, NFT 미술의 선구자?
글을 마치며_ 사치의 역동성
책 속으로
세상 읽기만큼 짜릿하게 재미있는 것은 없다.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현재의, 가장 지근(至近)한 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가? 그 호기심이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세상, 그것 은 데카르트가 몽테뉴를 모방하여 말했듯이 하나의 거대한 책이다. 그리고 기호학자들이 말했듯이 하나의 텍스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 여러분들이 “그래 이건 바로 내 얘기야!!”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젊음과 사치, 5쪽)
타인의 매개를 통한 욕망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욕망일 뿐 우리 자신의 주체적 욕망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비는 향유가 아니다. 즉, 내가 좋아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어느 특정의 물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욕망할 뿐이다.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그 특정의 물건은 내 욕망의 은유적, 우회적 표현일 뿐 진짜 대상, 진짜 목표는 아니다. 그럼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의 나보다 좀 더 높은 사회계층에 속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한마디로 신분상승의 욕구다. (II. 현대의 소비, 95-96쪽)
모든 사람들이 명품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다면 명품의 사용은 더 이상 상류계층을 표시 하는 기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현대의 상류층은 ‘고급’, ‘화려함’, ‘낭비’를 과시하기는커녕 값싼 음식을 먹고, 될 수 있으면 자동차를 타지 않고, 해진 구두를 신고,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게 소박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뽐내지 않고 남의 눈에 띄지도 않게 겸손한 태도와 검소함을 보이는 것은 자신을 한층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므로, 결국 소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소비 중에서도 최고의 소비가 된다. (III. 현대의 상류계급, 127-128쪽)
요즘의 젊은이들이 정말로 되고 싶고 진정으로 선망하는 사람은 빌 게이츠나 저커버그, 혹은 제프 베이조스처럼 하루의 분초를 다투어 가며 바쁘게 일하는 CEO들이다. 돈 많은 ‘유한계급’은 돈을 쓸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생산노동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이제 낡아빠진 구식 이론이 되었다. 생산노동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현대의 상류계급은 한가한 여가의 유한계급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 쩔쩔매는 ‘무한(無閑)’ 계급인 것이다. (III. 현대의 상류계급, 149-150쪽)
MZ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별하는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중고 거래’다. MZ세대에게 중고시장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투자의 수단이다.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고, 거기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상당한 시세차익까지 남기는 것이 지금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다. 그래서 리셀(resell)이라는 세련된 이름도 붙었다. 중고제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 제품보다 더 값어치 있고 매력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소위 ‘N차 신상’이다. (IV. 현대성의 풍경, 214-215쪽)
MZ세대는 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은가? 좋고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을 사용하거나 소유하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요즘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치할 수 있는 건 우리 사회의 부(富)의 보편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모두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정보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존재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의 실존적 과제이기는 하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살아 주지 않고, 나는 나일 뿐인데, 우리는 너무나 타인의 시선에 나의 존재를 위탁하고 있었다. 정보화 사회, 디지털 사회가 될수록 그 강도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미래를 도둑맞았다는 좌절감으로, 또 누군가는 사치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으로 씁쓸해 할 것이다. 위안을 찾기 위해 여러분들은 수많은 책들을 뒤적였는지 모른다. 이 책이 여러분의 ‘it book’이 되었기를. (사치의 역동성, 324-326쪽)
출판사 서평
럭셔리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의 역동성을
소비사회 이론으로 분석한 책
이 책은 2006년에 나온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를 MZ세대를 겨냥해 다시 쓴 개정판이다. 초판 발행 이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도 아직 나오기 전이었다. 19세기 또는 20세기의 15년이라면 별다른 변화 없는 짧은 기간이었겠지만, 21세기의 15년은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다. 2019년 12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대재앙도 아직 진행중이다.
지금 여기 한국에서 MZ세대의 분출하는 에너지가 경이롭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미 70퍼센트 몰표로 오세훈을 당선시키더니, 여세를 몰아 36세의 이준석을 단숨에 야당 대표로 만들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 다시 말해 밀레니얼 세대와 그 후 Z세대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들은 몇 년 전부터 가장 강력한 소비 세대로 떠올랐다.
그들은 유난히 운동화에 집착한다. 화려한 컬러, 투박한 밑창, 가죽·코튼·고무 등 다양한 소재의 스니커즈가 그들의 최애 품목이다. 그 값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아니, 어떨 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백화점의 샤넬, 루이 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 매장은 들어가는 데만 60~70명의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수백만 원 가격은 우습게 들리고 천만원대가 손쉽게 넘어가는 명품 매장인데 그 고객들이 모두 고작 스무 살이 넘었거나 기껏해야 30대인 MZ세대다.
젊음과 사치가 손을 잡았다.
소비 주도층은 달라졌지만 소비 행태에 대한
기호학적, 사회학적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실체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 이미지는 상류계급이라는 표상이다.
그러므로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계급 상승의 욕구 때문이다.
비축이 사치이고, 사치가 문화의 근원이다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는 어떻게 ‘고독한 행복’을 누렸을까?”라는 전작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비축’ 덕분이었다!
로빈슨 크루소가 아무런 희망도 없는 무인도에서 매일같이 일기를 쓰며 생활을 기록하고, 고독의 행복감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항아리와 상자에 가득 차 있는 식량 덕분이었다. 그런 비축이 없었다면 과연 그가 그토록 흐뭇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인류는 오래 지속되는 축적된 더미 위에서만 물질을 초월하는 정신성을 획득할 수 있었고, 높은 문화도 이룩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가 사치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미래에 대비한 비축이 주는 안도감과 쾌감이다. 모든 사치는 미래에 대비한 비축 덕분에 가능하다. (I. 소비의 사회, 28쪽)
문명이란 결국 여분의 비축이고, 그 비축이 바로 사치의 기원이다. 그리고 현대의 문명과 사치는 ‘부(富)의 보편성’과 ‘정보화’ 덕분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사치를 비판할 이유도 없다.
현대의 부자들은 여가가 없는 ‘무한(無閑)’ 계급
절약이 미덕이었던 앞세대와 확연히 대비되는 MZ세대의 낭비와 사치는, 현대판 귀족인 부자들을 모방함으로써 그들과 동등해지려는 신분상승 욕구의 표출이다.
상류층이란 모름지기 여타 계급과 차별화됨으로써만 상류층인 법. 인류 역사상 ‘사치와 여가’야말로 그들을 여타 계급과 차별화해 주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명품을 소지하고 부자들의 낭비와 사치를 흉내낸다면, 부자들은 이제 어떻게 스스로를 이들과 차별화할까? 책은 역설적으로 그 열쇠를 ‘검약과 바쁨’에서 발견한다. “소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소비 중에서 최고의 소비가 된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을 쓴 게 무려 두 세기 전인 1899년. 그러나 현대의 부자들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나 마크 저커버그의 후드 저지처럼 검소한 복장에, 빌 게이츠처럼 한국에서 샌드위치 점심에 반나절 동안 대여섯 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당일에 중국으로 떠나는 무한(無閑)계급이 되었다.
젊음-예찬과 우려 사이
젊음의 사치를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따라간 이 책은 그러나 젊음의 역동성과 욕망에 무한정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현상을 현상으로서 관찰 해석하고, 자연히 그리 될 수밖에 없는 MZ세대의 욕구불만과 아픔에 공감하되, 그것이 건강한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젊음의 욕망은 ‘나’의 욕망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모방된 욕망이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살아 주지 않고, 나는 나일 뿐인데, 우리는 너무나 타인의 시선에 나의 존재를 위탁하고 있었다.”
젊음은 한시절이고, 따라하면 따라할수록 상류층은 ‘사치와 여가의 저편’으로 훌쩍 달아나 있다. 인류를 고귀하게, 개인을 기품 있게 만들어 줄 수 ‘진짜 사치품’은 결국 인문적 사유와 예술을 음미할 줄 아는 안목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235873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21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54 * 211
* 21
mm
/ 56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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